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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속의 공주 - 아루라루네

아드마리 결혼해!!!!

***프류님 주최 레이디버그 동화AU합작 오로라공주 기반 아드마리 이야기***

From 아루라루네 (@arurarune2679)

 

 똑딱똑딱 시계는 언제나 멈추지 않고 달린다. 어느새 밤 9시. 사랑하는 딸을 잠자리에 보낼 시간이다. 책상 위 구석에 놓아진 작은 종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딸랑딸랑~’ 가볍고 맑은 종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문 밖에서 대기하던 메이드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여왕폐하”

“네, 클레어. 벌써 시간이 밤9시에요 우리 공주님이 꿈나라에 갈 시간이군요. 엘리나는 지금 어디에 있죠?”

“공주님은 현재 놀이방에서 공주님 담당 메이드와 놀고 계십니다”

“내가 직접 가도록 할게요. 클레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가서 푹 쉬세요.”

“감사합니다. 여왕폐하, 공주님과 좋은 밤 보내시길”

메이드장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난 뒤 문을 열고 나가자 여왕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난다.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여왕은 자신의 서재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넓고 긴 복도를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걷는다. 커다란 방들의 문을 20개쯤 지나서 다른 것들보다 조금 작고 귀여운 장식이 가득 붙어있는 방문에 도착한 여왕은 가볍게 두세 번 노크한다.

“엘리나, 안에 있니? 들어갈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자신의 딸과 항상 딸의 곁에서 돌봐주는 담당메이드가 여왕을 반갑게 맞이한다. 엘리나는 여왕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면서 “와아~어머니 어쩐 일이세요?”라고 묻는다.

여왕은 메이드에게 이만 물러가라는 눈빛과 작은 손동작을 취하고는 “시간이 벌써 9시란다. 엘리나, 이제 그만 자야지?”

“벌써요? 그럼 침대에서 그 이야기 해주세요!”

“또? 그래도 사랑하는 우리 딸이 해달라면 꼭 해줘야겠지?”

여왕의 말을 듣고 기뻐하는 엘리나는 고사리같은 작은 두 손으로 여왕의 오른손을 잡아당기며 “빨리, 빨리가요 어머니!”라고 재촉한다. 이미 몇 번이나 잠자리에 들때마다 해준 이야기건만, 엘리나는 그 이야기가 제일 좋다면서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단다.

“그래, 얼른 옷 갈아입고 침대에 가면 이야기를 해줄게.”

엘리나의 놀이방에서 나온 모녀는 복도를 조금 걸어 두세 개쯤 문들을 지나 어느 커다란 방에 도착한다. 문 앞에는 2명의 메이드가 모녀를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맞이한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왕폐하, 그리고 공주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커다란 방의 문을 2명의 메이드가 각각 손잡이를 좌우로 잡아당겨 문을 열자 방 안에는 수 십 수백 벌의 모녀의 옷들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다.

“오늘은 어떤 옷으로 하시겠습니까?”라는 메이드의 질문에 여왕은 가장 가볍고 편한 옷을, 공주는 가장 귀여운 옷이라고 답한다. 2명의 메이드는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방의 옷들 사이로 사라진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모습을 나타낸 메이드들의 손에는 각각 여왕과 공주의 옷들이 들려있었다. 메이드들은 가볍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여왕과 공주의 등 뒤로 이동해 모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의 지퍼를 내린다. 드레스가 흘러내리듯 벗겨지자 여왕에게는 최고급 실크로 만든 검은색의 매혹적인 디자인을 가진 코르셋과 파니에, 공주에게는 귀여운 프릴과 리본이 달린 분홍색 뷔스티에와 파니에가 드러난다. 메이드들이 모녀의 뒤에서 입고 있는 속옷들의 끈마저 풀어버리고 벗겨내자 두 여자는 완전한 나체가 된다. 그러나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상하고 도도하게 서있다. 이어서 빠른 손놀림으로 메이드들은 여왕에게는 흰색의 캐미솔과 팬티를 입히고 그 위에 흰색 네글리제를 입혀준다. 엘리나에게는 귀여운 프릴과 리본이 잔뜩 달린 흰색 캐미니커를 입혀주고 그 위에 흰색 베이비돌을 입혀준다. 메이드들이 몇가지를 더 점검하면서 불편한 곳은 없는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은 없는지 확인 한 후 물러난다. 모녀는 한결 가볍고 편한 옷을 입은 채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큰 방을 나와 다른 방으로 향한다. 몇 개의 문을 지나서 [엘리나]라고 적혀진 팻말이 걸린 문 앞에 멈춰선다. 문을 열자 넓은 방이 나타나면서 커다란 침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캐노피로 장식이 된 침대는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만큼 방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엘리나와 잘 어울리게 귀여운 침대였다. 엘리나는 재빠르게 달려가 점프해 침대 위로 엎어진다. 데굴데굴 구르고 꼬물꼬물 움직여 침대에 얼른 자리를 잡은 엘리나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줄 엄마를 재촉한다. 여왕은 사뿐사뿐 발소리도 나지 않게 걸어와 침대 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엘리나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엘리나는 기대감에 두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쳉 왕국이라는 아주 평화롭고 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쳉 왕국의 왕과 여왕은 인자한 성품과 아주 착하고 백성들을 생각하며 나라를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유지시켜줘서 쳉 왕국의 국민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왕국에 어느 날 아주 아주 기쁜 소식이 생겼습니다. 바로 공주님이 태어났습니다. 왕과 여왕은 물론 왕궁의 모두와 국민 모두가 공주님의 탄생을 기뻐했고 5일간 매일 나라 전체가 축제로 들썩들썩했습니다. 쳉 왕국의 단 한사람만 빼고요. 숲속에 사는 검은 마녀 ‘이블 모스’만 빼고 말이죠. 이블 모스는 허리까지 오는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도 한번 보면 빠져버린다는 눈도 매혹적인 입술도 전부 검은색이었고, 땅에 끌릴정도로 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주위에는 항상 검은색의 나비들이 이블 모스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블 모스를 두려워했고 마녀를 처단해야한다면서 온 왕국을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어째서인지 이블 모스가 산다고 소문이 난 숲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간간히 모습을 드러낼 때 잡아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습니다. 이블 모스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항상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검은 나비가 나타나면 꼭 왕국에 재앙이 닥쳐왔기 때문에 이블 모스는 모두의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블 모스 역시 공주님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숲 속 자신의 집에서 조용히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호오.......이 나라의 공주님이라면 톰 뒤팽과 사빈 쳉의 딸 인건가.......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이블 모스는 집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숲 속으로 걸어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도착 한 다음 두 손의 손바닥이 마주보도록 자신의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아 붙인 다음 손의 사이를 살짝 벌려 입김을 후 하고 살짝 불어넣은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펼치자 이블 모스의 손 위에 검은색 나비가 생겨났습니다.

“가라, 나의 아름다운 검은 나비야. 그들의 딸이 누군지 알려내 나에게 알려주어라.”

이블 모스가 손위의 검은 나비에게 말을 걸고 입김을 살짝 불자 놀랍게도 갑자기 검은 나비가 날개를 팔락이며 두둥실 떠올라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어떤 공주님일지 정말 기대가 되는걸?”

이블 모스는 큰소리를 내서 웃으며 걷다가 사라져버렸습니다.

 

한편, 공주의 탄생이 너무나 기쁜 톰 뒤팽 국왕은 병사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병사들이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딸 마리네뜨가 태어났음을 축복해주기 위한 크고 성대한 파티를 열 계획이다. 따라서 병사들은 나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라에 퍼져있는 귀족들과 마법사들과 요정들을 찾아서 초대장을 전달해라.”

왕의 말에 병사들은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네! 국왕폐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병사들은 나라의 각지에 흩어져있는 초대장을 받을 손님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천장에 이 이야기를 들은 검은 나비도 창문을 통해 하늘을 날아 이블 모스에게 날아갔습니다.

숲속에서는 이블 모스가 자신이 날려보낸 검은 나비를 기다렸습니다. 저 멀리 검은 나비가 날아오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 이블 모스는 손을 높이 올려 검은 나비가 앉게 해주었습니다. 희고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 위로 검은 나비가 앉자 손을 내려 얼굴 앞으로 오게 한 다음 말했습니다.

“어서오너라 나의 귀여운 아가야 나에게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거니?”

그러자 검은 나비의 모습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그녀의 손가락 위에는 검은색 안개덩어리가 생겨났습니다. 이블 모스가 검은 안개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그녀의 입안으로 순식간에 검은 안개가 들어왔습니다. ‘꿀꺽’하는 소리와 검은 안개를 삼킨 이블 모스는 입술을 가볍게 스윽 하고 핥았습니다.

“흐음~ 공주님의 이름은 마리네뜨. 마리네뜨 쳉이구나 귀엽게 생긴 공주님이네~? 그리고.......톰이 곧 축하파티를 열 계획이군. 하지만 날 초대하진 않다니........이거 이거.......톰에게 조금 서운한걸? 뭐......그래도 괜찮아 저쪽에서 부르지 않아도 나는 갈거니까! 꺄하하하! 톰의 반응이 정말 볼만하겠어. 과연 어떤 얼굴을 할지 정말 기대되는 파티인걸! 빈손으로 가면 안되니까 마리네뜨를 위한 정말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서 가야겠군!”

집으로 돌아가는 이블 모스는 즐거움에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한쪽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위로 움직였습니다.

 

일주일 뒤, 왕궁에서는 마리네뜨 공주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크고 성대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끝도 없이 계속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졌고 간식들과 향긋한 홍차도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악단들이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왕이 초대한 사람들 모두 웃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파티를 즐기고 마리네뜨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의 세 가지 빛이 환하게 빛나며 가득 들어와 파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요정 3명이 날고 있었습니다. 빨간색 빛의 요정은 온몸이 사과처럼 빨간색이었고 머리에는 크고 맑은 남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눈과 커다란 검은색 점이 얼룩덜룩 있었으며 얇고 가느다란 더듬이 2개가 있었고 몸에는 작고 귀여운 팔다리와 꼬리도 3개나 있었습니다. 파란색 빛의 요정은 온몸이 하늘처럼 파란색이었고 정수리 부분에는 커다란 한 개의 아름다운 공작 깃털이, 엉덩이에는 8개의 조금 작은 아름다운 공작 깃털이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짧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크고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의 눈이 있었고 몸에 있는 팔다리가 귀여웠습니다. 초록색 빛의 요정은 라임처럼 온몸이 초록색이었고 머리에는 짧고 통통한 더듬이와 색다른 초록색 눈동자가 있었고 등에는 짙은 초록색의 거북이 등껍질이 있었습니다. 다른 요정들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팔다리도 있었습니다.

세 요정은 왕의 앞으로 날아가 눈높이를 맞추는 높이에서 날며 왕에게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국왕폐하, 저희는 서쪽의 작은 숲속에서 살고 있는 요정 티키.피프,웨이즈라고 합니다. 이렇게 기쁜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함께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 반갑소. 숲속의 세 요정님. 나는 톰 뒤팽. 이나라의 국왕입니다. 이쪽은 나의 아내이자 이 나라의 여왕 사빈 쳉, 그리고 저쪽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자 이 나라의 공주. 하나뿐인 나의 딸, 마리네뜨 쳉입니다.”

세 요정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뵙게되어 큰 영광입니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빨간색 요정이 입을 열었다. “폐하, 저희 세 요정이 공주님을 위해 가져온 선물이 있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꼭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받고말고요. 요정님들이 주시는 선물인데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왕폐하” 말을 마친 세 요정들은 곧바로 쪼르르 옆으로 날아가 마리네뜨가 누워있는 아기침대 앞에 멈췄다. 그 후 제일 먼저 파란색 요정이 앞으로 나왔다. 파란색 요정이 빙글 한 바퀴를 돌자, 반짝반짝 빛나는 파란색의 빛 조각들이 요정의 몸에서 나와 마리네뜨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요정은 마리네뜨를 바라보면서 두 팔을 벌리고 말했다. “나는 요정 피프(Peaff).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공주님에게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의 미모를 축복으로 내리노라. 사근사근 부드럽고 나긋나긋 여유로운 성격과 여리지만 강하고 누구보다도 착하며 모두가 인정할만큼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리라”

피프가 말을 끝내자 반짝반짝 빛나던 가루도 없어졌다. 그다음 피프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고 초록색 요정이 한걸음 앞으로 나와 마리네뜨를 보며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앞에 모으자 요정의 몸이 빛나면서 초록색의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요정 웨이즈. 내가 마리네뜨 공주님에게 드릴 축복은 평생을 잔병치레없이 건강하게 지내며 다치지도 병들지도 않고 오래오래 제 명이 다할때까지 살게 되리라!”

요정의 몸에서 나오는 초록색 빛이 마리네뜨를 한번 감싸고 사라졌다.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웨이즈가 뒤로 물러서고 뒤이어 빨간 빛의 요정이 축복을 해주기 위해 한걸음 앞으로 내딛는 순간에 파티가 열리고 있는 홀의 문이 갑자기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벌컥 열리면서 밖에서 그 숫자를 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검은 나비가 밀려들어왔고 바닥에는 검은색 안개가 스르륵 하고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검은 나비들과 함께 파티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블 모스는 사악한 미소를 지닌 채 파티장 안으로 한걸음씩 걸어 들어왔습니다. 파티장의 모두들 꼼짝없이 얼어붙어 숨쉬는 것 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정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이블 모스가 들어오는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이런~ 이러언~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를 해주지 않다니 서운한걸. 국왕님?”

국왕은 이블 모스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여기가 어떤 자리인줄 알고 감히 들어오는것이냐...!! 썩 나가지 못할까!! 니가 참석 할 수 있는 파티가 아니란 말이다...!!”

“서운한걸~ 나도 우리 예쁜 공주님에게 축복을 걸어주기 위해서 온건데 말이지.....?”

“너를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여기서 네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얼른 썩 나가! 당장!”

그러나 이블 모스는 국왕을 보고있는 눈을 흘기며 시선을 돌려 마리네뜨에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랑곳 하지않고 자신이 하려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선을 마리네에게 고정시킨채로 두 팔을 좌우로 벌리고 큰 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블 모스의 양 손에서 검은 안개가 나와 마리네뜨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님은 아무 일 없이 건강하고 활발하며 활기찬 아이로 자라게 될 것이다.”

이블 모스의 말을 들을 국왕은 다행이다 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블 모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국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름답고 활기찬 공주님은! 16살이 되는 해의 어느 날! 날카로운 물레의 바늘에 찔려 영원히 깰 수 없는 잠에 빠지리라! 잠에 빠진 동안에는 늙지도! 배고프지도! 병들지도 않으며 16살의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잠들리라!”

말을 마친 이블 모스가 두 팔을 거두고 국왕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국왕은 굳어진 표정이 순식간에 분노로 차올랐고 이블 모스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았습니다.

“네가!! 감히!! 마리네뜨에게에에에!!!” 국왕은 동시에 자신의 옆에 서 있던 기사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들어 이블 모스에게 칼을 겨누었습니다. 국왕의 행동을 따라 호위 기사들이 모두 칼과 창을 뽑아들어 이블 모스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당장 취소해라. 이블 모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블 모스는 사악한 미소를 띄고는 톰을 바라보다가 두 손을 모아 가볍게 입김을 불어넣어 검은 나비를 한 마리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가볍게 위로 튕겨내듯 검은 나비를 위로 날려보내고는 박수를 한번 크게 쳤습니다. 그러자 그 순간 파티장에 밤이 찾아온 듯 어둠이 가득 차더니 바로 앞의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칠흑같은 어둠이 파티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감쌌습니다.

그러나 짧은 순간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어둠이 금새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대로인 가운데 이블 모스가 서있던 자리만 덩그러니 빈 공간이 돼있었습니다. 물론 검은 안개와 검은나비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멍하니 이블 모스가 서 있던 빈 공간만을 바라보는 국왕과 달리 여왕이 빨간 빛의 요정을 불렀습니다.

“요정님, 요정님은 아직 축복을 내리지 않으셨으니 부디 우리 마리네뜨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여왕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모든 축복과 저주는 걸어준 본인만이 취소하거나 강화시킬수 있습니다.....제 능력의 한계로는.....공주님이 영원히가 아닌 100년간만 잠들게 하는 것뿐입니다”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것입니까?”

“이블 모스를......누군가가 물리쳐 준다면......저주가 그 즉시 해제가 될겁니다”

“하지만 이블 모스를 과연 누가.......그 자는 너무나 강력합니다”

“네.여왕님. 그래서....공주님은....아마도 100년동안 잠드시고 그 뒤에 깨어나실 듯 합니다”

“아아.....불쌍한 우리 마리네뜨.....”

낙심하는 여왕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고 국왕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아예 원인을 제거해버립시다!! 성 내에 있는 모든 물레를 불에 태워 없애버리고! 마리네뜨가 16살이 되면 1년만 방에 가두어 지내게 하면 되지 않겠소?”

“하지만 국왕 폐하......운명은 거스를 수 없게 돼있습니다”

옆에서 듣고있던 여왕도 거들었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법입니다. 나는 남편의 말에 찬성합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원래 하려던 축복을 취소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요정님”

빨간 빛의 요정은 쪼르르 날아가 마리네뜨의 얼굴 위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꼭 쥐고 몸에 힘을 주자 빨간 빛이 뿜어져 나와 마리네뜨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요정 티키. 조금 전의 그 저주는 앞으로 세상을 여행 하게 될 공주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벌이니 공주님은 100년간만 잠에 빠지게 되리라. 또한 그 언제든 공주님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반드시 위기를 해결해줄 기사님이 나타나리라”

말을 끝마친 티키는 주먹 쥔 손을 폈고 빨간 빛도 점점 옅어져 곧 사라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요정님”

왕과 여왕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티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공주님이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요정이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고 즐겁게 보낼것만 같은 파티장은 순식간에 안타까움과 우울함이 가득한 채로 끝이나버렸습니다.

왕은 서둘러 축제를 끝마치고 국민들에게 비밀로 한 채 성 내부에 있는 물레들을 모조리 폐기시키고 한 곳에 모아서 불로 태워버렸습니다.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해서 전부 불태워버린 다음에야 안도의 한숨을 푸욱 하고 내쉬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 리가 없는 마리네뜨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피프와 웨이즈의 축복이 그대로 전해지듯 어딘가 아픈곳도 전혀 없었고 씩씩하고 귀여운 소녀로 점점 자라면서 7살이 되자 온 국민이 칭찬할만큼의 아름다운 미모와 책읽기를 좋아해서 여러 가지 지식도 겸비하게 되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님으로 자라났습니다.

여러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못하는 것이 전혀 없는 마리네뜨는 이블 모스에게 저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잊을만큼 쳉 왕국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며 매일매일 행복한 나날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소녀에서 숙녀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 하는 나이인 15살이 지나고 마리네뜨는 16살이 되었습니다.

 

맑고 고운 청록색의 눈동자와 가지런히 모아 묶은 남보라색 양갈래머리는 쳉 왕국의 국민 모두가 알고있는 마리네뜨 공주님의 특징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는 지나가는 누구나 칭송할만큼의 미모를 뽐냈고, 군살 하나없는 탄탄하고 슬림한 몸매는 누구나 부러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고 항상 공부하는 공주님의 학구열 또한 다들 높이 칭찬했습니다.

이렇듯 마리네뜨가 훌륭한 공주님으로 자라자, 왕과 여왕은 정말 기뻤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블 모스가 걸어준 저주가 절대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성 안에 있는 모든 물레는 전부 불태워 없애버렸지만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자 결국 사실대로 마리네뜨에게 털어놓고 1년간 방에서 나오지 않도록 명령했습니다.

자신이 저주가 걸렸다는걸 알게 된 마리네뜨는 매우 놀랐고 부모님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얌전히 1년만 방안에서 지내면서 물레를 조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리네뜨는 성의 맨 윗층 구석의 방에 스스로 들어갔고, 왕과 여왕은 매우 슬퍼했지만 마리네뜨를 위한 일이라 위안하며 마리네뜨가 들어간 방을 여러개의 자물쇠로 꼭꼭 걸어잠그고 그 앞을 병사들이 교대로 항상 지키고 있도록 명령했습니다.

마리네뜨의 식사시간은 항상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넣어주었고 부족함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왕과 여왕은 고생하는 공주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도록 마리네뜨는 멀쩡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마리네뜨가 너무나 멀쩡하자 왕과 여왕은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면서 기뻐했지만 아직 안심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 낙엽이 떨어질때쯤 아니나다를까 이블 모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저주는......절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마리네뜨 공주여”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이블 모스는 또 다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입김을 살짝 불어넣어 검은 나비를 만들어냈습니다.

“가라. 나의 검은 나비야, 가서 저기 있는 아름다운 공주에게 불행을 안겨주어라”

이블 모스가 훅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자 검은 나비는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검은 나비는 빠르게 하늘을 날아 성의 맨 꼭대기에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서 성의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팔락팔락 날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리네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지키고 서 있는 문을 발견한 검은 나비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의 복도 천장에 가만히 숨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리네뜨의 식사시간이 돼 또 다른 병사가 음식을 가지고 올라왔고 문 앞을 지키던 두 병사가 굳게 지키고 있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검은 나비가 살금살금 천장을 따라 거꾸로 걸어 벽을 타고 내려와 몰래 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사들은 검은 나비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로 기다리다 음식을 가지고 들어간 병사가 빈손으로 나오자 다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검은 나비는 손쉽게 마리네뜨가 갇혀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방 안을 살펴보고는 반대쪽 천장 구석에 있는 창문을 향해 날아가 잠겨있는 도래걸쇠를 밀어 올려서 창문이 열리도록 만들어 둔 후 방안을 날아다녔습니다. 마리네뜨는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식사를 하던 도중 자신의 방 안을 날아다니는 검은 나비를 발견했습니다. 마리네뜨는 식사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나비를 반겨주었습니다.

“안녕, 예쁜 검은 나비야? 이 방은 어떻게 들어온거니?”

검은 나비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마리네뜨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날았습니다.

마리네뜨도 검은 나비를 따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마리네뜨가 입고있는 연분홍빛 드레스의 하단부도 빙글빙글 제자리를 쓸었습니다.

“내 방에는 식사시간에 들어오는 병사님이나 내가 필요한게 있다고하면 전해주러 오는 메이드분들뿐인데 이렇게 예쁜 나비가 내 방에 들어와주다니 정말 기뻐”

마리네뜨는 제자리에서 도는 것을 멈추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나비가 앉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까이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나비와 눈이 마주치는 바로 그 순간 마리네뜨의 머리가 멍하게 되고 순간적으로 눈이 풀리며 비틀거리자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다시 차렸습니다.

“윽.....너무 많이 빙글빙글 돌았나? 갑자기 왜이러지?”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마리네뜨는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의심했습니다. 이 방에는 자신과 나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텐데 귓가의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열여서어어어어엇................사아아아알.......................공주우우우..........느으으은...............”

아주아주 약하고 아주아주 연하고 희미하지만 머릿속에서 바로 귀로 전해주는 듯한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마리네뜨를 유혹했습니다.

“뭐지? 어디서 말하는거에요? 누구시죠? 어디에 계세요?”

그리고 검은 나비가 마리네뜨의 검지 손가락을 벗어나 방 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마리네뜨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검은 나비를 따라가기 위해 발을 뗐습니다. 그리고 검은 나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따라갔습니다.

“어디로 가는거니? 예쁜 검은 나비야.....? 나도.....나도 데리고 가렴....”

검은 나비는 마리네뜨의 앞에서 멈추어 한번 빙글 돌고는 다시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또다시 마리네뜨의 귓가에 조금 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아아아주우우우우우........기이이이잎으으으으은.............”

“아아아.......당신은 대체 누구길래 나에게 이렇게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을 걸어 나를 유혹하는거죠......? 어디에 계세요.....?”

검은 나비는 방 안을 날아 마리네뜨의 침대 위를 날았습니다. 마리네뜨는 반쯤 풀려버린 눈으로 비틀비틀 위태로운 걸음을 걸어 검은 나비에게 이끌렸습니다.

검은 나비는 마리네뜨가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오자 침대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마리네뜨가 검은 나비를 따라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완전히 숙여 상체를 바닥에 밀착시키자 침대 밑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듯한 숨겨진 문이 보였습니다. 문이 너무 작아서 사람 한 명도 겨우 통과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정사각형의 문이였습니다. 문의 손잡이 위에는 검은 나비가 앉아있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예쁜 나비야. 내가 구해줄게. 그나저나 침대 밑에 이런 문이 있었다니.....?”

마리네뜨는 다시 허리를 펴고 일어나 침대를 힘껏 밀었습니다. 16살 소녀의 힘으로는 조금씩밖에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리네뜨는 드레스의 소매도 걷어올리고 있는 힘껏 침대를 밀었습니다.

“예쁜......! 검은 나비를......! 구해야.....! 해....!!”

시간이 걸려서 침대를 완전히 밀어버린 마리네뜨는 나비가 앉아있는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검은 나비는 마리네뜨의 손이 자신에게 닿기전에 재빨리 피했고 마리네뜨는 손잡이를 꽉 잡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어어어어엉워어어어어언히이이이이이이이..............”

“아아.......이 아래로 가면 목소리의 주인을 만날 수 있는 걸까.....?”

마리네뜨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고 정사각형의 아주 작은 문은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위로 열렸습니다.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자 검은 나비가 안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앗! 같이 가!”

마리네뜨는 서둘러 문의 아래로 발을 뻗었습니다. 가슴까지 문 아래로 밀어 넣자 딱딱한 바닥이 자신의 발바닥에 닿았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어깨와 머리까지 완전히 아래로 내려온 후 주위를 살펴보니 사방이 딱딱한 돌로 이루어진 어딘가로 통하는 낮고 좁은 나선형 계단 통로였습니다. 마리네뜨는 계단을 조심스레 한걸음씩 내딛으며 검은 나비를 찾았습니다.

“예쁜 나비야? 어디로 갔니?”

계단을 전부 내려오자 마찬가지로 돌로 된 어두컴컴한 통로가 나타났고 마리네뜨의 눈에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거기 있는거니?”

마리네뜨는 손을 뻗으며 앞으로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걸었습니다.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서 걸어가는 마리네뜨의 귓가에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습니다.

“깨어어어어나아아아지이이이이이이이..........아아아않으으으으리이이이이라아아아아...........”

마리네뜨가 반짝 반짝 빛나는 무언가에 가까이 다가가니 제자리에서 날개짓을 팔락이며 날고있는 검은 나비였습니다. 날개에서 검은색의 가루가 빛을내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와아아......예쁘다아......이제 어디로 갈거니?”

마리네뜨는 동공에 초점이 없다시피 할 정도였고 눈도 완전히 풀려버린 채로 검은 나비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리네뜨가 두 손바닥을 가슴 앞에 모아붙이자 검은 나비가 마리네뜨이 손바닥 위에 앉았습니다.

“예쁜 나비야, 예쁜 흰 나비야, 다음엔 어디로 날 데려다 줄거니?”

마리네뜨가 검은 나비를 보며 미소를 짓자 검은 나비가 둥실둥실 날아올라 통로를 날아갔습니다.

“앗...! 흰 나비야 같이 가!” 마리네뜨는 검은 나비를 쫒아 통로를 빠르게 걸어갔습니다.

어둡고 긴 통로를 걷다보니 저 멀리 희미하게 빛이 보였습니다. 검은 나비를 따라서 계속 걷고 걸어 점점 가까워 지는 빛을 향해 마리네뜨는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리네뜨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빛을 가리며 환하게 밝은 곳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검은 나비가 빙글빙글 돌며 날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하게 밝기만 할 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자신을 데려온 검은 나비에게 마리네뜨는 말을 걸었습니다.

“예쁜 흰 나비야, 나를 왜 여기로 데리고 온거니?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걸?”

검은 나비에게 말을 마친 바로 그 순간 마리네뜨의 머리가 아득해지고 눈 앞이 흐려져 마리네뜨는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잠시 후 자신이 상태가 괜찮아진 것을 느낀 마리네뜨는 다시 천천히 눈을 떴고 자신의 앞에 덩그러니 갑자기 나타난 새까만 검은색 물레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조금전까지 자신과 같이 있던 검은 나비는 어느곳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리둥절해 하고있는 마리네뜨의 귓가에 목소리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려왔습니다.

“찌이일려어어어........날카로우우운..........물레에에에.......바늘에에에.........찌이이일려어어어.....마리네뜨으으으........찌이이일려어어어어......물레에에에에에에.......”

마리네뜨는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천천히 검은 물레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가까운 거리가 되자 오른손을 스윽 하고 들어 검지 손가락을 펴 날카롭게 빛나는 물레의 바늘을 향해 가져갔습니다. 마침내 마리네뜨의 손가락이 물레의 바늘에 찔리고 따끔한 느낌과 함께 마리네뜨의 완전히 풀린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잃어버렸던 초점도 돌아왔으나 검지 손가락의 끝마디에서는 이미 피가 한방울 흐르고 있었고 마리네뜨의 몸은 이미 왼쪽으로 기울어져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마리네뜨는 두 눈이 감기고 마리네뜨의 몸은 완전히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마리네뜨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나의 저주가!! 마리네뜨를 영원한 잠에 빠지게 했도다!!! 이제 온 나라가 슬퍼하겠구나!! 기쁘다!! 기쁘도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블 모스는 하늘을 보며 크게 웃었습니다. 자신의 저주가 마리네뜨에게 들어갔음이 기뻐서 숲 속의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듣도록 크게 소리쳤습니다.

 

한편, 다음 식사시간이 되어 마리네뜨가 갇혀있는 방문을 열고 음식을 들어간 병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리네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고 침대가 밀려 드러난 작은 문이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공주님이....! 마리네뜨 공주님이!! 어....어서 국왕 폐하께 알려야한다...!”

병사는 손에 들고있던 음식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전력 질주를 해서 국왕을 알현하러 갔습니다. 순시간에 성 안을 뛰어 병사는 톰 국왕에게 마리네뜨의 실종을 알리러 갔습니다.

병사는 빠르게 뛰어 국왕의 앞에서 멈추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폐하...!”

톰 국왕은 다급하게 뛰어들어와 자신을 찾는 병사를 살펴보더니

“아니, 너는 마리네뜨의 식사를 책임지는 병사가 아니더냐? 무슨 일이 생긴것이냐?”

“그....그게....마리네뜨 공주님이 방에 계시지 않으십니다!”

병사의 말을 들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뭐?!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마리네뜨가 방에 없어?!”

“네...! 폐하 사실이옵니다. 식사를 전해주기 위해 들어간 방에 마리네뜨 공주님이 계시지 아니하십니다...!”

“그럼 마리네뜨가 사라졌다는것이냐!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모...모르겠습니다. 허나 폐하 공주님이 계신 그 방에 침대가 밀려있고 아래로 통하는 듯한 작은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오......세상에......얼른 다른 병사들을 데리고 그곳으로가 그 아이를 찾아야한다!”

“네! 폐하!”

병사는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뒤로 돌아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리네뜨가 사라진 방으로 돌아가 문을 지키고있는 두 병사에게 마리네뜨의 실종을 말해주고 같이 내려갈것으 권했습니다. 문 앞을 지키던 두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 병사는 마리네뜨가 내려간 작은 문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선의 계단을 내려와 통로를 끝없이 걷고 또 걸어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세 명의 병사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새까만 물레는 스스로 돌아가고 있었고 마리네뜨는 그 앞에 두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마리네뜨 공주님!”

병사 A가 재빨리 뛰어나가 마리네뜨의 어깨에 손을 얹어 흔들어 보았습니다.

“공주님! 정신차리십시요! 공주님! 마리네뜨 공주님!”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도 마리네뜨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병사 A는 장갑을 벗고 손가락을 마리네뜨의 인중 위에 살며시 가져다 댔습니다.

“....! 마리네뜨 공주님은 살아계신다.”

“그럼......”

“........그래. 분명 그 저주겠지”

“일단 국왕 폐하께 알리는게 급선무다. 돌아가자”

병사 A가 마리네뜨를 스르륵 두 팔로 들어올렸고, 병사 B는 A를 도와준 후 따라 방을 나갔습니다. 두 병사가 마리네뜨를 데리고 방을 나갔으나 병사 C는 텅 빈 공간에 홀로 돌아가고있는 검은 물레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C가 돌아오지 않자 앞에서 걷던 두 병사중 B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아드리앙! 얼른 돌아가자구! 그럴 시간이 없어!”

“응, 알았어!”

그제서야 병사 C는 등을 돌려 빛을 등지고 검은 통로를 걸어 나갔습니다.

세 명의 병사는 국왕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병사 A에게 들려서 들어오는 마리네뜨를 본 톰은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듯한 얼굴이 되어 슬픔을 감출수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병사 A는 톰의 앞에 마리네뜨를 살며시 내려놓고는 한쪽 무릎을 꿇었고 나머지 두 병사도 그를 따라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마리네뜨가......마리네뜨가.........”

당황과 슬픔에 사로잡혀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톰에게 병사 C가 입을 열었습니다.

“폐하, 저주이옵니다. 그 날, 이블 모스가 마리네뜨 공주님에게 건 저주입니다!”

병사의 말을 듣자마자 톰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아드리앙, 아드리앙 윌리엄스. 무슨 증거로 이야기 하는 것이냐”

“여기, 이것을 보시지요.”

아드리앙은 품속에서 검은 나비의 날개 한쪽을 톰에게 보여주었습니다.

“.....!! 그것은.....”

“병사 A가 공주님을 들어올렸을 때, 공주님이 계시던 자리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검은 나비와 검은 물레, 그리고 잠든 16살의 마리네뜨 공주님으로 짐작할 때 필시 이블 모스의 저주가 틀림없습니다”

“아아......아........어째서......내가.....그렇게까지 노력을 했는데도......저주를 피할 수 없단말이냐........아아아........가여운 우리 마리네뜨.....나의 딸......나의 공주여.....”

톰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세 명의 병사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이만 물러가라” 는 톰의 명령에 세 병사는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예, 폐하”

 

3일 뒤, 왕국은 슬픔에 잠겨버렸습니다. 마리네뜨 공주가 나쁜 마녀의 저주에 걸려 잠에 빠져버려 100년간 깨어날 수 없다는 소식이 모두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톰은 마리네뜨의 방에 유리관을 준비하고 그 안에 마리네뜨를 넣은 뒤, 주변을 예쁘게 꾸며주고 마리네뜨가 좋아하는 것들을 놓아주었습니다. 성 안의 사람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한번씩 마리네뜨가 잠든 방으로 찾아와 유리관 옆에 꽃과 선물을 놓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마리네뜨이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주를 만나러 오는 모두 슬퍼했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단 한사람, 숲속의 이블 모스만 빼고요

 

여러 날이 지나고 여러 달이 지나고 여러 해가 지나도 마리네뜨는 깨어나지 않았고 왕국은 여전히 슬픔에 잠긴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톰의 명령으로 숲속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이블 모스는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고 톰은 이블 모스를 찾아내 처치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마리네뜨를 깨우는 자에게 큰 상금을 주겠다고 공고를 내걸었습니다.

 

이 소식은 이웃 나라들에게까지 퍼졌습니다. 쳉 왕국과 우호협정을 맺고있는 아그레스트 왕국에게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그레스트 왕국의 국왕 가브리엘은 소식을 듣고는 자신의 수행기사를 불렀습니다.

수행기사는 가브리엘의 부름에 달려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부르셨습니까? 가브리엘 국왕폐하”

“그래. 조금 수고스러운 일이다만 네가 쳉 왕국에 좀 다녀와야겠구나”

“무슨 일로 저를 보내시는 것입니까?”

“아드리앙에게 전해 줄 물건이 있다. 내가 나중에 너에게 전해줄테니 절대 그 안을 열어봐선 안되고 쳉 왕국에가서 아드리앙에게 물건을 전해주기만 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이만 물러가도록 해라. 필요하다면 내가 다시 부르겠다”

“예. 폐하” 수행기사는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습니다.

 

톰이 내건 공고를 보고는 쳉 왕국의 용기있는 자들은 물론, 이웃나라의 사람들까지 쳉 왕국으로 와 이블 모스를 잡기 위해 숲을 이잡듯이 샅샅히 뒤졌습니다. 아무리 찾고 또 찾아봐도 이블 모스의 발자국조차 발견 되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헛소문이 아니냐며 화를 내고 돌아가기도 했고 또 일부는 포기하고 크게 상심하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뜻있는 자들만이 남아 이블 모스 찾기를 계속 할 무렵, 쳉 왕국의 병사로 지내고 있는 아드리앙에게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아드리앙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쉬고있는데 문 밖에서 노크가 들려왔습니다.

똑똑-

“안에 계십니까?”

“네. 들어오세요”

끼이익 하고 나무 문이 열리고 키 큰 사내가 들어왔습니다. 다부진 몸매에 탄탄한 근육으로 잡힌 몸은 딱 봐도 엄청난 기세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드리앙 왕자님”

아드리앙은 다급히 오른손을 위로 들어올려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는 시늉을 하며 말했습니다.

“쉿! 여기서는 내가 아그레스트의 왕자인걸 비밀로 하고있지 않습니까. 나는 아드리앙 윌리엄스. 그저 병사들중의 한명일뿐입니다.”

“이런....그만 실례를.....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건가요? 당신은 분명 아버님의 수행기사가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국왕 폐하께서 저를 보내셨습니다. 이걸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수행기사는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습니다. 상자의 윗부분에는 아그레스트 왕국 문양의 도장이 찍혀있었습니다.

“이게.....무엇입니까?”

“저도 모릅니다. 국왕께서 절대로 열어보지 말고 그저 전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이게 대체......?”

“국왕 폐하께서는 ‘아드리앙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말고 전해주고 돌아오라’고 제게 명령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네. 그럼 전 할 일을 마쳤으니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해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습니다.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왕자님이 걱정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럼 이만......” 수행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수행기사를 떠나보낸 후 아드리앙은 문을 닫고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은색 반지 하나와 편지 한 통만 덩그러니 들어있었습니다.

“......반지?”

아드리앙은 먼저 편지를 꺼내 펼쳐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아드리앙에게

이웃 나라 쳉 왕국에서 지내고 있는 나의 아들아.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간간히 네가 보내오는 편지로나마 소식을 알 수 있어서 안심은 된다만 그래도 옆에 없으니 이 아비는 노심초사 네 걱정뿐이다. 그러나 너에게 전해줄 중요한 소식이 있다. 사실 쳉 왕국와 아그레스트 왕국은 우호협정은 겉으로 보여지는 관계일뿐 사실 더욱 특별한 관계가 있단다. 그것은 네가 같이 보낸 반지를 오른손 약지에 착용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무운을 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편지를 읽고 난 다음 아드리앙은 반지를 꺼내어 오른손 약지에 착용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은색의 반지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모양도 바뀌었습니다. 윗부분에 큰 이중의 원이 평평하게 생겨나고 바깥 쪽 원의 대각선 방향 대칭으로 고양이의 발톱같은 모양을 가진 은색 장식이 중앙의 원을 움켜쥐듯 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지가 밝게 빛나더니 아드리앙의 앞에 초록색 눈을 가진 작은 보라색 고양이 한 마리가 둥실둥실 떠 있었습니다.

“흐아아아아~ 뭐야 뭐야? 여긴 어디야? 어? 넌 아드리앙이잖아? 안녀엉~? 혹시 너 까망베르 치즈 있니~?”

“....? 넌 누구지? 어떻게 나를 알지? 그리고 아쉽지만 치즈는 없어”

“뭐어~? 없어어~? 어휴 배고픈데 그럼 먹을 것 좀 줘바아아~”

“네가 누군지부터 설명해줘. 어떻게 나를 아는거지?”

“뭐? 난 요정이야. 너에게 파괴의 힘을 주지. 이름은 플랙. 이제 됐냐?! 어휴 배고파”

“그럼 이 반지는 뭐야?”

“그건 내가 깃들어 있는 고대 아그레스트 왕국의 물건이야. 아그레스트 왕국의 국왕들은 대대로 반지를 물려받아서 파괴의 힘을 가진 영웅이 돼”

“파괴의 힘을 가진......영....웅....?”

“어휴 답답해. 그냥 변신! 이라고 외쳐봐!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변신해제! 알았어?!”

“변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반지가 눈부시게 빛을 내뿜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아드리앙의 몸을 빛이 감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드리앙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전신을 감싸는 반짝반짝 윤기있게 빛나는 광택을 가진 옷이 감싸고 있었고 얼굴에는 눈 부분만 뚫려있는 검은색 안대가, 아드리앙의 금발머리에는 까만 색 고양이 귀가 자리잡고 있고, 손에는 손톱이 날카롭고 길게 자라있었습니다. 허리에는 검은색 가죽벨트가 자신의 허리를 한바퀴 감고도 아주 길게 남아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아드리앙은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세상에....이....이건......어릴적 우리 왕국 전설이라고 들었던.......블랙캣이잖아.....? 어릴 때 잠자리에서 들었던 그저 전설인줄로만 알았는데......실제로 존재했던거였어....그럼 왕국이 위험에 닥치면 찾아온다는 두 영웅은......”

바로 그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똑똑-

“이봐. 아드리앙 저녁식사 시간이라구. 얼른 가자.”

“어? 어어! 응! 곧 갈게! 먼저 가!”

아드리앙은 대충 얼버무린 대답을 해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네. 다행이야. 그나저나 원래대로 돌아가려면......변신 해제!”

그러자 아드리앙의 발바닥에서 녹색의 빛이 뿜어져나오더니 순식간에 머리까지 올라왔고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의 앞에 뿅! 하고 플랙이 나타났습니다.

“아휴 배고파. 처음 변신해 본 소감은 어때?”

“어? 어어......뭔가 놀랍고 신기해....”

“햐~ 다들 그러지. 나중에 파괴의 힘도 꼭 한번 사용해봐~? 물론 주의할 점이 2가지 있어. 파괴의 힘을 사용하면 금방 변신이 저절로 풀려버리니까 조심해야해? 파고의 힘은 ‘고대의 재앙’이라고 외치면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한 직후에 네 오른손에 첫 번째로 닿는 것이 무엇이든 갈갈이 조각내버린다구~?”

“그거......정말 무서운데.......?”

“조심해서 잘 사용하면 유용한 힘이니까 사용하기 나름이라구~ 그리고! 변신하고 나면 나 배고파! 얼른 까망베르 치즈 줘!”

“알았어 알았어. 저녁먹으러 가서 챙겨올게. 그나저나 너는 다른사람들에게 들키면 안되겠지?”

“햐아~ 걱정마셔. 난 너한테만 보이니까말야? 오직 영웅만이 날 볼 수 있지.”

“그렇구나.....알았어. 일단 저녁을 먹으러 가야하니까 난 이만 가볼게”

“올 때 치즈 챙겨와~”

“응. 알았어. 플랙”

아드리앙을 대답을 마치고 방을 나와 병사들의 식당으로 향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몇 번의 봄과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봄이 찾아오지만, 쳉 왕국은 여전히 슬퍼했다. 마리네뜨와 같은 해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았지만 마리네뜨는 여전히 16살 소녀의 모습 그대로 유리관에 갇힌 채 잠자고 있을뿐이다. 톰과 사빈은 매일 마리네뜨가 깨어나는 꿈을 꿀 정도로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냈고 왕국의 국민들 역시 마리네뜨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와중에 국민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밤에만 나타나는 사람의 형상을 한 검은 고양이가 사람들이 위험할 때 나타난다는 소문이였다. 실제로 만났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밤에 혼자 길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강도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고양이가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꽤나 신빙성 있는 소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꽤 가까운거리에서 보아도 전신이 검은색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 신출귀몰해서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가 없다고 한다.

 

아드리앙은 아침 해가 떠오를때가 다 돼서야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변신 해제”

발바닥에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순식간에 정수리까지 빛이 훑고 지나간 자신은 원래의 옷을 입은 채로 돌아왔다.

“오늘도 힘들었네~? 나 배고파! 그나저나 매일 밤마다 이블 모스 찾는거 힘들지 않아?”

“하지만 마리네뜨 공주를 깨우려면 이블 모스를 찾는게 당연한거니까 계속 해야지. 사람들이 위험하면 구해주는것도 영웅이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야”

“햐~ 이제 블랙캣으로는 완전히 적응했네!”

아드리앙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보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어. 내가 아그레스트 왕국의 왕자라서 블랙캣이 된거라면 마땅히 내 할 일을 해야해”

“그래그래~ 난 까망베르 치즈만 잘 챙겨줘!”

“하하핫. 알았어. 플랙. 오늘은 휴일이니까 조금 자고 일어나서 또 나갈거야”

“뭐어~? 또? 근데 정체를 들키기 싫다면서 낮에는 안나간다면서!”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니까 이블 모스를 찾아야지”

“아드리앙, 너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병난다아~?”

“괜찮아. 난 튼튼하니까”

아드리앙은 서랍장에서 까망베르 치즈 조각을 꺼내 플랙에게 주었다.

치즈를 받은 플랙은 신나서 자리를 잡고 먹기 시작했고 아드리앙은 한쪽 구석에 놓여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피로가 금새 자신을 덮치기 시작했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아드리앙이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너무 많이 잤나....서둘러서 나가야겠어. 플랙? 어디있어?”

아드리앙이 부르자 플랙이 저 멀리 의자에서 둥실둥실 날아왔습니다. 플랙은 잠이 덜 깼는지 작은 소리로 “치이즈으~”를 외치며 아드리앙에게 천천히 날아왔습니다.

아드리앙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둘러서 나가야 하기에 변신을 외쳤고 또 다시 블랙캣의 모습이 돼었습니다. 아드리앙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고 성을 벗어나 지붕들 위를 달리며 숲으로 향했습니다.

달가닥 달가닥 소리를 내며 지붕들 위를 달리고 달려 블랙캣은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갔다. 뾰족하고 높게 솟은 교회의 지붕 위로 올라가 블랙캣은 숲 쪽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숲 위를 날아다니는 검은색의 나비를 한 마리 발견했습니다.

“ !! 저쪽이다!”

블랙캣은 나비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숲을 향해 달렸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집들이 하나둘씩 그 숫자가 줄어들고 마침내 외곽마저 벗어나자 온통 초록색의 숲이 나타났다. 우거진 나무들이 햇빛마저 들어오는걸 막아버려 숲은 전체적으로 그늘지고 어둡게 보였다.

“꽤 어두운걸....? 하지만 고양이는 밤 눈이 밝다구~?” 블랙캣은 아랑곳 하지않고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비를 본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갔습니다.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도 모를정도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길을 잃은 것처럼 헤메고 헤메는 것처럼 마치 같은 곳을 계속해서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블랙캣은 자신을 믿고 오로지 앞을 향해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블랙캣의 눈 앞에 아주 작고 초라한 나무로 만든 집이 나타났습니다. 그 집의 주위에는 검은 나비 몇 마리가 집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블랙캣은 이곳에 이블 모스가 살고 있을것이라고 확신하고 들키지 않도록 주변의 나무 사이에 숨어서 집을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잠시동안 기다리자 어딘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이블 모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블랙캣은 바로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이블 모스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블 모스는 주위를 살펴보다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블랙캣은 그제서야 조심스레 이블 모스가 들어간 집을 향했습니다. 잔뜩 긴장 한 채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싸움을 시작할 각오를 하고 집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블 모스!!”

왼손을 뻗어 거침없이 문을 세차게 열며 블랙캣이 소리쳤고,

“호오....이게 누구신가? 아그레스트 왕국의 영웅 ‘블랙캣’ 아니신가? 이웃나라의 영웅께서 이 몸에겐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

이블 모스는 코웃음을 치며 블랙캣을 맞이했습니다.

블랙캣은 이블 모스를 무섭게 노려보았고 이블 모스는 마치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블랙캣을 마주 보았습니다.

“마리네뜨 공주님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줘”

“하! 세상에. 지금 나에게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이 어디있다고 그걸 포기하라는 것이냐?”

“뭐?! 재미?! 그 저주 때문에 쳉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다고!”

“상관없다. 난 재미있거든. 사람들의 슬퍼하는 얼굴을 보면 아주 재미있고 신나지”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마리네뜨 공주님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줘”

“몇 번을 말해도 똑같이 대답해주마. 싫다”

“그럼 방법을 한가지 뿐이네. 널 힘으로 제압하는 수 밖에”

“자신만만하구나. 어린 영웅이여 하지만”

이블 모스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수직으로 세운다음 블랙캣을 향해서 무언가를 밀어내는 시늉을 하자 오른손에서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와 블랙캣을 집 밖의 나무까지 밀쳐냈습니다. 순식간에 튕겨져 나간 블랙캣은 나무에 등을 세게 부딪쳤습니다.

“크악!”

“자신의 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린 영웅주제에 감히 누구를 이기겠다고 달려드는 것이냐. 두려움을 모르는 그 용기는 가상하다만 상대를 보고 덤볐어야했다.”

이블 모스가 또 다시 오른손을 블랙캣에게 향하자 이번에는 검은 안개가 나와서 블랙캣의 몸을 감싸서 움켜쥐었고 이블 모스가 그대로 오른팔을 휙 하고 휘두르자 검은 안개에 붙잡힌 블랙캣이 그대로 휘둘려져 바닥을 나뒹굴었습니다.

“으윽......”

이블 모스는 또다시 검은 안개를 만들어 블랙캣을 잡으려 했고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블랙캣이 재빠르게 자세를 고쳐잡고 이블 모스의 검은 안개를 피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달려 이블 모스를 지나가며 오른손 손톱으로 이블 모스의 옆구리를 노렸습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블랙캣을 미처 피하지 못한 이블 모스는 휙 하고 몸을 틀어보았지만 블랙캣의 날카로운 손톱에 드레스가 잘려버렸습니다.

“칫.....옷만 잘린건가”

“제법이구나. 감히 이 몸에게 손을 대다니”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말야?”

“건방진 녀석!” 이블 모스는 왼손에서도 검은 안개를 뿜어냈고 오른손과 번갈아 가며 블랙캣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블랙캣은 한번도 공격을 받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버렸습니다.

이블 모스의 공격을 모두 피한 블랙캣은 한 쪽 입꼬리를 씰룩 움직이며

“하핫~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라고 이블 모스를 도발했고

“과연 그럴까?” 이블 모스는 검은 안개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두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펼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이블 모스의 양 손에서 검은 나비가 끝도 없이 계속해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나비들은 이블 모스의 주위를 감싸듯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고 이블 모스는 검은 나비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오하는게 좋을 것이다”

이블 모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나비들이 블랙캣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전 이블 모스를 감쌌던 것처럼 블랙캣의 주위를 둘러싸고는 날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뭐야! 앞이 안보이잖아!”

그리고 바로 그때 블랙캣의 정면에서 검은 안개가 또다시 빠른 속도로 날아와 블랙캣의 배를 가격했습니다. 엄청난 통증이 블랙캣의 배에 집중되었고 블랙캣은 뒤로 넘어가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으아악!”

블랙캣은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이블 모스는 또 다시 검은 안개를 블랙캣에 내뿜었고 검은 나비들에게 둘러싸인 블랙캣은 어디서 공격해 오는지 모르는 공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블 모스의 검은 안개가 블랙캣을 움켜쥐고 들어올려서 나무를 향해서 블랙캣을 던졌습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블랙캣은 왼팔을 나무에 부딪혔고 고통에 몸부림쳤습니다.

“크으윽......”

“하하하하 어린 영웅이여 이제 그만 포기하는게 어떠신가?”

“절대로........절대.....그럴 순 없어”

“무엇을 위해 그토록 필사적이란 말인가? 공주를 구하면 받는 상금? 영웅에게도 역시 돈이 필요한건가? 아니면 나라를 구했다는 명예? 사람들로부터 받는 추앙?”

블랙캣은 오른손으로 왼팔을 감싸쥔 채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기 위해서”

“겨우 그런 시시하고 하찮은 것 때문에 그렇게 고통을 견디는 것이냐? 참으로 안쓰럽구나”

이블 모스는 오른손을 뻗어 검은 안개로 블랙캣을 움켜쥐고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커헉......호....호흡이.....제대로 되지.....않아.....”

이블 모스는 더 강하게 블랙캣을 압박했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블랙캣을 위로 들어올려 자신의 머리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멈추었습니다. 이블 모스가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자

검은 안개가 아주 강하게 블랙캣의 몸을 압박했고 블랙캣의 갈비뼈 한 두개에 금이 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닥쳐왔습니다.

“으...으아아아악!!”

“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고통스러워 해라. 어린 영웅이여 고통에 몸부림치다 숨을 거두어라”

이블 모스가 또 다시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자 블랙캣이 또 다시 힘없이 날아가 나무에 세차게 부딪히고 그대로 스르륵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두려움도 모른채 나에게 덤벼든 것은 칭찬해주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한번 봐라”

“으윽......”

“어리석은 어린 영웅이여, 이제 편하게 해주마. 끝을 맞이할 시간이다”

이블 모스가 오른손의 손가락을 쫙 펴고 오른팔을 들어올려 검은 안개를 응축시킨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블 모스의 오른손 주위를 검은 나비 몇 마리가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받아라! 이걸로 끝이다!”

이블 모스가 힘차게 오른손 손바닥을 앞으로 뻗자 검은 나비들이 주위를 맴도는 검은 안개 덩어리가 블랙캣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블랙캣은 충격이 채 가시지않아 나무에 기대 앉아있는 채로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검은 안개 덩어리가 블랙캣에게 날아갔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발생했습니다. 이블 모스가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뒤로 돌아서려고 할 때 흙먼지 속에서 블랙캣이 뛰어나왔습니다.

“고대의 재앙!”을 외치자 블랙캣의 오른손에 파괴의 힘이 응축되어 모여들었고 블랙캣은 그 상태로 재빠르게 이블 모스를 향해 달려 뛰어들며 오른손을 뻗었습니다.

이블 모스가 피하려 했지만 한발 더 재빠른 블랙캣의 오른손이 이블 모스의 왼쪽 가슴에 정확히 닿았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이블 모스의 모습이 수십마리의 검은 나비로 변해 흩어졌습니다. 흩어진 검은 나비들은 다시 거대한 한 마리의 검은 나비처럼 보이도록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검은 나비에게서 이블 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법이구나. 어린 영웅이여, 하지만 나의 저주는 풀릴지라도 난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돌아와서 다시 이 나라에 재앙을 가져다주마. 하하하하하하!”

거대한 검은 나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수십 마리의 검은 나비들이 흩어져 하늘 위로 날아갔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블랙캣은 검은 나비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고

“끝났다........” 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서둘러 돌아가서 진짜로 저주가 풀리는지 확인해야해”

블랙캣은 전신의 고통을 참아내면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향했습니다. 나무들 위를 달렸다가 땅을 달리고를 반복하면서 빠르게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외곽지역에 들어서자 하나 둘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출발할때와 마찬가지로 지붕들의 위를 달려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변신을 해제 하지 않고 그대로 곧장 톰 국왕을 알현하러 갔습니다.

 

톰은 마리네뜨의 방 입구에 문지기 병사들을 세워두고 혼자서 유리관에 갇힌 마리네뜨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서 블랙캣이 들어왔습니다.

톰은 갑작스런 블랙캣의 난입에 당황했지만 상처투성이에 피가 나고 옷 여기저기가 찢어진 블랙캣을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다.....당신은....?”

“존경하는 쳉 왕국의 톰 국왕 폐하. 당신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조금 전, 이블 모스를 제가 쓰러뜨렸습니다. 아마 잠시 후, 마리네뜨 공주가 깨어날 것입니다”

“그...그게 사실입니까? 그럼 그 수많은 상처들은.......”

“이블 모스와 치열한 전투의 흔적들입니다”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는.........” 그리고 바로 그때 블랙캣의 반지가 반짝반짝 빛나더니 블랙캣의 발바닥에서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블랙캣의 변신이 풀렸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드리앙을 본 톰은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아니, 너....너는 아드리앙 윌리엄스?”

“죄송합니다. 국왕 폐하. 저는 사실 아드리앙 윌리엄스가 아닙니다. 제 진짜 이름은 아드리앙 아그레스트입니다”

“아그레스트? 아그레스트라면 분명 이웃나라 가브리엘 왕이 다스리는 그 아그레스트 왕국의 아그레스트 가문이란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폐하. 저는 아그레스트 왕국의 왕자인데 국왕께서 저에게 자신의 나라에만 갇혀 살기를 원치 않으셔서 저를 어릴때부터 이웃나라 여러곳에 홀로 지내도록 하시어 경험을 쌓고 충분히 성장한 뒤에 돌아오도록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분을 숨기고 병사로 위장하여 쳉 왕국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럼 조금 전의 그 모습은.....?”

“국왕께서도 아시다시피 아그레스트 왕국과 쳉 왕국은 우호협정을 맺고 있지만 사실은 더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아실겁니다. 아그레스트 왕국에서도 그러하듯 대를 이어서 전해지고 있을테니까요. 아주 비밀스럽고 조용하게 말이죠”

“설마 두 왕국에 위기가 찾아오면 나타난다는 그 두 영웅.......”

“맞습니다. 아마도 사빈 여왕님께서도 이미 마리네뜨 공주님에게 전해주셨을지도 모릅니다.”

“어....어떻게 그런 일이.......세상에......사빈은 자신이 나이를 많이 먹어 더 이상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리네뜨가 이미 이어받은 것은 알고있었지만 잠들어버려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오직 당신뿐이였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왕국을 구해줄줄은.......오오 정말 꿈만 같습니다. 아그레스트 왕자”

“평소대로 아드리앙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톰 국왕 폐하”

그리고 바로 그때, 유리관 안에서 계속해서 잠든 채 깨어날 줄 모르던 마리네뜨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으....으으음......”

“오...! 오오....! 마리네뜨! 마리네뜨야! 정신이 드는 것이냐?!”

“아....아버님?”

톰은 서둘러서 유리관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마리네뜨가 상체를 일으켜 앉았습니다.

“제....제가 왜 이런곳에서 자고 있던 거죠? 옆에 있는 상처투성이의 사람은.....?”

“이 남자는 마녀의 저주로부터 너를 구해준 사람이다. 아드리앙 아그레스트. 아그레스트 왕국의 왕자다”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마리네뜨 공주님, 편히 주무셨는지요”

마리네뜨는 얼떨떨한 얼굴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하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하자, 톰이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어릴 때 축하 파티에서 이블 모스가 걸어버린 저주라던가 두 왕국의 두 영웅, 그리고 아드리앙이 이블 모스와 싸워 이겨 마리네뜨의 저주를 풀었다는 것까지.

모든 사실을 들은 마리네뜨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그레스트 왕자, 내가 이 고마움을 대체 뭘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소. 공고를 내건대로 어마어마한 상금을 바라시오? 아니면 명예? 아니면 높은 자리? 무엇이든 말만 해준다면 어떤 것이든 들어주겠소”

“국왕 폐하,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저는 그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런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폐하의 마음만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말씀 마시고, 꼭 보상을 받아주세요 아그레스트 왕자님”

“그러지말고 꼭 감사의 마음을 받아주시게 아니면, 마리네뜨와 결혼을 하는건 어떤가? 분명 가브리엘 국왕도 찬성할걸세”

“고....공주님과 결혼을 말입니까?”

“와아!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아버님! 저도 저를 구해준 영웅과 결혼이라면 대찬성이에요!”

“어떻습니까? 아그레스트 왕자”

“.....새...생각할 시간을 주십쇼. 저도 한 나라의 왕자기에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섣불리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그레스트 왕국에 연락을 한 다음 결정을 하고 말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넉넉하게 일주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왕 폐하,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아드리앙은 톰과 마리네뜨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톰은 전령을 불러 아드리앙의 방으로 보내어 아드리앙의 편지를 아그레스트 왕국으로 배달하도록 했다.

두 사람의 결혼에 관련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오는건 마리네뜨 쪽이였다. 자신을 구해기 위해 싸우다 얻은 아드리앙의 상처들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자신과 결혼하자고 끊임없이 어필했다. 그런 정성에 감동한 아드리앙도 점점 마리네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금새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마침내 약속된 일주일이 지났고 아그레스트 왕국에서 답장이 도착했다.

아드리앙은 떨리는 손으로 방 안에서 편지를 열었고 차분히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가브리엘 역시 기뻐하며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드리앙은 편지를 톰과 마리네뜨에게 전달했고 편지를 같이 읽은 톰과 사빈, 마리네뜨는 크게 기뻐하며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 준비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어 순식간에 완료되었고 아주 크고 성대하며 두 왕국의 모든 사람들은 요정들과 이웃나라들까지도 축복해주었고 두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맹세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라며 여왕은 이야기를 끝마쳤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엘리나는 어느 새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후훗. 좋은 꿈 꾸렴. 엘리나” 여왕은 엘리나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고는 이불을 차분하게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오며 실내등을 꺼주고 나왔다.

엘리나의 침실에서 나와 자신의 침실로 향하고 슬슬 자신도 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복도를 걸으며 기지개를 펴고 있는 여왕에게 다급한 발소리가 하나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급한 발소리는 점점 여왕을 향해 빠르게 가까워져오고 마침내 발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고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을 전신에 입은 기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여왕님 큰일입니다.....! 마을에....!! 검은 나비가!”

기사의 말을 들은 여왕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리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하......오늘 밤에도 그녀의 짓이겠군요. 알겠습니다. 우선 수호 기사들을 파견하세요. 나도 곧 갈게요”

“예! 알겠습니다. 여왕 폐하!”

여왕의 명령을 받은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후다닥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왕은 복도를 조금 걸어 큰 문에 도착했다. 노크를 두 번 하고는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아름답게 밝은 금발의 잘생긴 청년이 편해보이는 일상복을 입은 채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국왕 폐하? 국민들이 우리를 찾고 있어요.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출발 할 시간이군요”

여왕의 부름에 국왕이라 불린 업무를 보고있던 청년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오~ 또 검은 나비가 나타나서 국민들이 위험한건가요?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가 가야죠. 그럼 우리 같이 가볼까요?”

“그럴까요? 오늘 밤에도 떠들썩하겠네요. 기대되는 밤이에요” 여왕이 미소 지었다.

금발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왕에게 다가와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가시죠. My Majesty?"

"그러죠. My Highness"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는 상태로 동시에 입을 열고 외친다.

 

“변신! 레이디버그! 예~!”

 

“변신! 블랙캣!”

 

방 안에는 분홍색의 빛과 녹색의 빛이 서로 섞이며 찬란히 빛나 두 빛이 방안을 가득채운다. 눈부시게 밝은 빛이 방 안의 모든 것을 감싸고 잠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두 사람은 조금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금발의 청년이 입고있던 일상복은 전혀 보이지 않고 턱 바로 아래 목부터 전신을 감싸는건 윤택한 검은색 가죽 옷이었다.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에는 검은색의 고양이 귀 2개가 귀엽게 생겨났고 눈은 녹색으로 빛나며 얼굴에는 검은색 안대가 자리를 잡았고 열 손가락에는 모두 날카로운 고양이의 발톱이 뾰족하게 나와있고 허리에는 가죽벨트가 한바퀴를 둘러감고도 길게 남아 마치 꼬리를 연상케 했다.

 

 

여왕이 입고있던 네글리제 역시 전혀 보이지않았다. 여왕 역시 턱 바로 아래 목부터 손가락은 물론 발바닥까지 전신을 감싸는 빨간색 옷에 검은색 도트무늬가 마치 무당벌레를 떠오르게 했고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양갈래로 빨간색 리본이 묶여있었다. 마찬가지로 얼굴에는 같은 무당벌레 무늬의 안대가 자리를 잡았고 허리에도 무당벌레 무늬를 가진 작은 가방이 생겨났다.

 

“자! 가자구요. 블랙캣. 오늘 밤에도 임무완수! 하러 가는거에요”

“오~ 좋지요. 마리네뜨 마이 레이디~?”

 

두 사람은 동시에 방 안을 뛰어 보름달이 빛나는 밤하늘을 향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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