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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 썰쟁이 

 뚝딱뚝딱

가브리엘이 목각인형을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와 함께 들리는 혼잣말 쓸쓸하면서도 즐겁게 보인다.

“음.. 세부디자인은 어떻게 할까? 머리는 금발 옷은 검은 티셔츠에 흰 셔츠가 좋겠군”

가브리엘은 귀여운 목각인형을 제작하기로 유명한 목수이다.

패션디자인에도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어 목각인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 받고 있다.

가브리엘에게는 한가지의 규칙이 있다. 바로 한번 만들었던 디자인의 목각인형은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 바빴던 아니 지금도 바쁜 가브리엘은 진짜로 사랑한 사람이 평생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이 목각인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름은 아드리앙 아그레스트

 

목각인형을 만들고 보니 점점 욕심이 난 가브리엘은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기도했다.

 

“아드리앙이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똥별아 제발 내 소원 하나만 들어다오..”

 

그 순간 날아오던 별똥별이 가브리엘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티키라고 합니다. 저에게 소원을 빌어 주셨지요?

그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드리앙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러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까?

 

“네.. 아직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만약 아드리앙이 진짜 사랑은 찾게 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아드리앙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는 진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에요 단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가브리엘은 아드리앙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큰 일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기에 절대로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한편 아드리앙은 밖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아드리앙이 17살이 되던 날 그는 가출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에 갔다.

 

 

“아..미안해 응? 우리 처음 본 것 같은데.. 이름이 뭐야?”

 

“반가워 난 아드리앙 아그레스트라고해 오늘 처음 와봤어”

 

“난 마리네뜨 뒤 팽 쳉이야 내가 학교 구경 시켜줄까?”

 

“좋아”

마리네뜨에 대한 아드리앙의 감정은 점점 커져갔고 동시에 아드리앙의 볼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드리앙 왜 그래? 얼굴이 붉어졌어”

 

“아..아니..뭐..”

 

“어디 아파?”

 

“아니”

 

“그러면.. 뭐 나 좋아하는 건 아닐테구..”

 

“하하..그럼”

 

그 대답과 동시에 아드리앙의 코가 길어졌다.

아드리앙은 후드티를 입고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코가 길어진 것을 자신만 알았다.

 

‘어..내 코가 왜 이러지?’

 

아드리앙은 예전에 가브리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넌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단다 그러니 밖에 나가면 안돼]

 

‘안돼..이럴 수는 없어 겨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고? 그러면 내가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고백을 하고 싶어도 나중에는 못한다는 거야?’

아드리앙은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그 순간 아드리앙 앞에 티키가 나타났다.

 

“아드리앙 왜 울고 있니?”

 

“난.. 뭐죠? 인형인가요? 사람인가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잠시 동안 숨기지도 못해요.

능청스럽게 그녀를 지켜보지도 못해요. 그녀에게 자그마한 이벤트 하나 해주려 해도 내 코는 용납하지 않겠죠..”

 

“너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파.. 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이건 니가 해쳐나가야 할 문제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너 자체를 사랑해 준다면 아마 넌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마리네뜨”

아드리앙은 후드티에 달려있는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마리네뜨 난 사실 목각인형이야”

 

“뭐?”

 

“예전에는 사람이 되든 계속 인형이든 상관 없었는데 너를 만나고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아. 널 사랑해”

 

“..”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마리네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드리앙은 얼굴이 빨갛게 물든걸 알고 자리를 피했다.

 

‘티키를 다시 찾아가야겠어. 자세한 이야기를 듣자’

결심한 아드리앙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당당했다.

 

요정마을에 간 아드리앙은 티키를 만났지만 그 때 들었던 그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마리네뜨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일단 자신이 목각인형인 것은 말했지만 이 모습 그대로 마리네뜨에게 고백을 하고 이 모습 그대로 마리네뜨에게 구애를 하기는 싫었다.

 

밤에 내리는 별똥별을 보며 아드리앙은 소원을 빌었다.

마치 아드리앙을 만들어 놓았던 가브리엘이 소원을 빌 듯 그는 간절했다.

 

그때 떨어지던 별똥별이 아드리앙에게 왔고 그 별똥별은 플랙이라는 요정이 되었다.

 

“아드리앙 내가 널 도와줄께. 용기가 없다면 변신이라고 외쳐”

 

“변신”

그 순간 아드리앙은 검은 고양이를 형상화 시키는 옷을 입고 검은 가면을 쓰게 되었다.

그 옷을 입은 아드리앙은 순식간에 용기를 얻었는지 당장 마리네뜨에게로 달려갔다.

 

‘난..이제 블랙캣이야’

 

아드리앙이 달려가고 있는 순간 마리네뜨는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아드리앙이 했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아드리앙이 나를 좋아한다니..’

아드리앙의 고백 때문에 그가 목각인형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바깥바람이라도 쐬다 와야겠네’

예쁜 가로등 밑 돌다리를 걷던 마리네뜨가 하늘을 바라보니 바로 블랙캣의 얼굴이 보였다.

“으아아아아악! 누구시죠?”

“널 좋아해 마리네뜨 내 사랑을 받아줘”

 

“아..아니 그게 무슨.. 우리 처음 만났는데..?”

 

“내일도 내일모래도 1년이 지나도 10년 아니 100년이 지나도 널 찾아갈꺼야,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할꺼야 그리고 니가 진심으로 날 사랑해주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내 정체를 알려줄거야 “

 

“ㄴ..네?

 

“나의 얼굴 빼고 모든걸 보여줄거야”

 

아드리앙 아니 블랙캣은 한달 간 마리네뜨에게 말했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모두 말했다.

자신이 목각인형이라는 사실과 생김새만 빼고

 

‘언젠간 내 진심을 알아주는 날이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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